홍차의 등급
홍차의 등급은 홍차의 제조 공정 중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나뉘는데, 보통 다양한 크기를 가진 ‘메시망’에 따라 분류된다. 보통 찻잎의 형태와 크기를 표현하는 것을 등급 기준으로 삼지만 차의 종류에 따라 품질이나 내용물에 대한 등급의 분류로 사용되기도 한다. 건조기에서 나온 찻잎은 그 길이가 2cm 정도 되는 것부터 작은 것까지 모두 섞여 있는 상태로 제조된다. 물론 이대로 티포트에 넣어 마시는 것도 가능하지만, 작은 잎차는 빨리 추출되고 큰 잎차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추출한 홍차의 밸런스가 좋지 않아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찻잎을 메시망으로 거르는 과정을 통해 찻잎 크기를 균일하게 하여 최종적인 홍차의 맛과 향을 표현하게 된다. 비슷한 크기의 찻잎끼리 모으는 이 작업을 재생가공이라고 하며 찻잎의 등급 분류 기준이 된다.
등급 분류 방법에 대해서는 인도, 중국, 스리랑카 등 생산국마다 차이가 있으며 차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차의 일률적인 등급이라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크기 구분을 통해 차의 맛과 향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찻잎을 분류하고 표기하는 것은 차를 고르는 소비자를 상대로 제품의 특성을 소개하고 마케팅적인 어필을 할 수도 있다.
① OP(Orange Pekoe, 오렌지 페코): ‘오렌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결코 오렌지 향이나 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차 중 흰색의 솜털로 덮인 싹을 사용한 ‘백호’가 유럽에 소개된 때 발음상 ‘페코’라고 전해 들은 영국인이 ‘PEKOE’라고 지었다. 이후 차를 우려내면 수색이 오렌지와 같은 상큼한 색상을 띤다고 하여 오렌지 페코라고 번역한 것이 그 시작이라 하겠다. 현재는 대형의 홀 리프(Whole leaf) 타입을 가리킨다. 인도의 다즐링이나 아삼이 대표적인 형태로, 찻잎의 길이가 10~15mm 정도의 바늘 형태이기 때문에 어린싹을 많이 포함하고 있고, 수색은 오렌지 계열로 밝고 엷다. 특히 다즐링은 특유의 향과 맛을 살리기 위하여 대부분 이 유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의 기문홍차도 대부분 이 유형이지만 크기는 조금 더 작다. 스리랑카에서 생산되는 홍차에서도 일부 OP 유형이 생산되고 있다.
이 OP의 앞에 붙는 형용사적 단어인 FOP(Flowery Orange Pekoe)는 OP보다 어린싹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등급을 표현하는 말이다. FTGFOP(Finest Tippy Golden Flowery Orange Pekoe), 직영하자면 ‘섬세한 금빛 싹을 많이 가지고 있는 꽃향기가 나는 오렌지 페코 타입의 찻잎’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많은 찻잎과의 차별화를 위해 무리하게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대부분 품질이 좋은 경우 쓰이는 용어들이지만 표시에 상관없이 맛, 향, 수색 등을 바르게 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② P(Pekoe, 페코): 오렌지 페코의 뒤를 잇는 형태로 5~7mm 길이의 찻잎이다. 굵직하게 비비는 찻잎으로 조금 딱딱한 생잎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한 등급이다. 중국 및 한국에서는 1심 2엽으로 채엽 기준을 정하는데, 이때 2엽에 해당하는 등급이다.
③ PS(Pekoe Souchong, 페코 소총): 페코보다 아래에 위치한 잎으로 조금 더 잎이 크고 견고하며 향기, 수색 모두 엷고 맛도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소총(Souchong, S)은 페코 소총의 아래 단계 잎을 사용한 것으로 우롱차 등 향기가 중요한 차를 만들 때 사용한다.
④ BP(Broken Pekoe, 브로큰 페코): 페코를 절단한 것으로, 모양도 작고 평평한 형태이며 입차 혹은 티백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⑤ BOP(Broken Orange Pekoe, 브로큰 오렌지 페코): 본래 오렌지 페코 등급의 잎을 잘게 자른 것으로, 사이즈는 2~3mm이지만 품질로서는 굉장히 우수한 것이다. 추출 성분이 빠르고 진하게 나오는 것이 특징으로 단시간에 추출이 가능하며 자극적인 상쾌한 떫은맛과 향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이 형태가 가장 많이 생산되며 고급 홍차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퀄리티 시즌에 제조된 것을 오렌지 페코와 같이 TGFBOP 등의 꾸밈 형용사가 앞에 붙는다.
⑥ BOPF(Broken Orange Pekoe Fannings, 브로큰 오렌지 페코 패닝): 형태는 BOP보다 더 작고 1mm 정도의 크기이다. 추출 시간은 1~2분간에 굉장히 빠르고 농후한 바디감이 특징이다. 이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 밀크티로 이용되거나 블랙퍼스트 용도의 잎차 혹은 티백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⑦ F(Fannings, 패닝): 크기는 BOPF와 크게 다르지 않은 1mm 정도의 것이지만, 품질은 BOPF보다 조금 떨어진다. 특히 향이 약하게 느껴진다. 수색이 진하고 떫은맛이 강하며 묵직한 바디감을 지니고 있어 보통 티백에 사용되고 있다.
⑧ D(Dust, 더스트): 찻잎 중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다. BOP와 BOPF를 만들 때 나오는 등급으로, 품질 좋은 BOP를 만들 때 나오는 더스트는 꽤 고가에 거래되며 추출한 수색이 진하고 풍미도 풍부하기 때문에 양질의 티백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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